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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위-논평] 규제와 통제의 ‘예술활동증명’을 해체하고, 예술의 자율성을 담보할 ‘예술이력등록제’로 전면 전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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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52회 작성일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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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예총 정책위 논평] 
규제와 통제의 ‘예술활동증명’을 해체하고,
예술의 자율성을 담보할 ‘예술이력등록제’로 전면 전환하라


1. 부정하지 말라, ‘예술활동증명’은 명백한 국가의 예술인 공인(公認) 시스템이자 또 다른 검열이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규격화할 수 없으며, 권력의 허가나 승인을 받을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행 ‘예술활동증명’ 제도는 국가가 예술인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등급을 매기는 사실상의 ‘예술인 공인제도’로 작동하고 있다. 예술활동을 입증할 서류를 제출하고 행정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복지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만든 현행 방식은, 자격 기준을 충족한 이들에게만 권리를 허하는 ‘국가승인시스템’의 다름 아니다.

이 시스템의 파행은 낙후된 서버나 온라인 접수 프로그램의 기술적 오류, 심의 절차에 따라 감당해야 할 행정적 부담 탓이 아니다. 누적 등록 예술인이 20만 명을 넘어서고 수만 명이 갱신을 포기하거나 탈락하는 현실, 유효기간이라는 족쇄를 채워 예술가를 상시적인 심사대에 세우는 ‘자격증 체제’ 안에서 이미 예견된 구조적 폭발이다. 다양성과 자율성을 생명으로 하는 예술을 관료적 행정의 잣대로 재단하려 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엄연히 통제와 선별의 기제로 작동하고 있는 이 기만적 현실을 정부는 더 이상 호도하지 말라.

2. 복지 대상 설정의 패러다임을 구조적으로 혁신하는 <예술인 복지 VER.2>로 전환하라.
과거 예술인 복지의 절박성 속에서 행정부가 대상을 발굴하기 위해 도입했던 임시방편적 제도는 이제 수명을 다했으며 취약 예술인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거대한 장벽이 되었다. 과도한 서류 심의와 관료주의가 만든 ‘행정 병목 현상’은 임계점을 넘었고, 긍정적 효과보다 예술 생태계를 왜곡하는 폐해가 압도적인 현실이다. 심사 기준을 기계적으로 고착될수록, 정작 사회적 안전망이 가장 절박한 예술인들은 제도 밖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증빙서류를 갖추기 어려운 신진 예술가, 전통적 문법을 거부하는 다원예술가, 현장에서 사회적 실천과 대안 활동을 펼치는 예술가들에게 현행 제도는 거대한 차별의 장벽이다. '돈을 받고 계약서를 쓴 활동'만을 정답으로 요구하는 ‘계약서 필수 제출’ 요건은, 역설적으로 시장 체제 밖에서 고군분투하는 취약 예술인을 가장 먼저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오작동할 수 밖에 없는 잘못 설계된 제도 탓에 예술인의 창의와 자율적 상상은 위축되고 있으며, 예술가들은 정부가 정한 서류 규격에 스스로의 팔다리를 잘라 맞춰 넣는 모욕을 감내하고 있다. 국가(한국예술인복지재단)가 정한 기준(전시·공연 횟수, 계약서, 소득 증빙 등)에 부합하는지 최초 신청과 갱신 때마다 심사위원들이 현미경을 들이대는 시대착오적 통제 방식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3. '추가 검증 없는 이력등록제'로 전면 전환하여 예술 행정의 민주성을 회복하라.
이제 서류를 심사해 '자격'을 점지하는 관료주의적 방식을 과감히 폐기하고, 예술인이 자신의 활동 이력을 시스템에 직접 등록하고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이력등록제'로 전환해야 한다.
선행 모델은 이미 존재한다.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 연구개발(R&D) 체계를 혁신한 ‘국가연구자등록시스템(IRIS)’이 그것이다. IRIS는 연구자가 학위, 소속, 논문, 특허 등의 이력을 직접 입력하면 고유한 ‘국가연구자번호’가 즉시 발급되는 구조다. 국가가 연구자의 자격을 사전에 심사하여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가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유 식별성을 부여하고 사후 관리하는 방식이다.
문화예술계 역시 이 모델을 전면 수용해야 한다. 기존 예술활동증명 완료자들에게 더 이상 굴욕적인 갱신을 요구하지 말고, 이력 등록을 원하는 모든 예술인에게 고유번호(가칭 '국가예술자번호')를 발급하여 상시 이력등록제를 시행해야 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전시, 공연, 비평, 집필, 실천의 이력을 주체적으로 축적해 나가고, 정부는 “예술가 여부를 검증하겠다”는 규제와 통제의 기관에서 “예술 활동 이력을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하겠다”는 지원과 현장 중심의 조력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증명’과 ‘확인’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을 깨부수고 예술 행정의 버전을 혁신할 때다.

4. 이력등록제 전환은 예술 생태계의 민주적 대전환을 이끌 것이다.
첫째, ‘심사·통제’에서 ‘지원·관리’로의 행정 패러다임 혁신이다.
예술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여, 국가의 역할을 자격 심사가 아닌 활동 이력 데이터의 관리로 국한함으로써 관료 중심의 예술 행정을 현장과 민주주의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다. 심사의 대상이었던 예술활동을 예술인이 주체적으로 등록함으로써 능동성과 자율성이 더욱 확장될 것이다.

둘째, 행정 병목현상 해소와 현장 맞춤형 복지 안전망 구축이다.
상시 축적된 이력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복지재단이나 지자체가 사업의 성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하면 된다. 예컨대 “청년 예술인 사업은 최근 1년 내 이력이 있는 자”, “원로 예술인 사업은 20년 이상 이력이 축적된 자”식으로 맞춤형 필터링이 가능해져 복지 행정의 기동성과 현장 밀착성이 극대화된다.

셋째, 예술 생태계 데이터의 자산화를 통한 공공 정책의 고도화다.
축적된 예술인 이력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떤 예술 분야가 소외되어 있는지, 특정 지역에 어떤 예술가들이 집중되어 있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공급자(정부) 중심의 획일적이고 시혜적인 복지를 넘어, 수요자(예술인) 중심의 능동적 진흥 정책을 수립하는 강력한 토대가 될 것이다. 예술인 스스로 등록하는 공공 데이터베이스의 예술활동 이력은 일정한 자료증빙의 요구에 갇히지 않고, 현장의 실태가 반영되는 데이터로 수렴될 것이다.

5. 결론: 예술인의 주체성 회복과 '선(先)신뢰-후(後)검증' 시스템 구축을 촉구한다.
예술활동증명은 복지 제도로 진입하는 '열쇠'여야지, 예술가의 존재 자체를 규정하고 검열하는 '신분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책무는 예술인을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인이 고유번호로 접속해 직접 예술이력 자료를 등록하고 관리할 때 공연, 전시, 출판, 음악, 저작권, 전통예술 등 각 시스템의 데이터와 예술인고용보험 계약신고 내역 등을 원활하게 연동할 수 있도록 데이터 이용 환경을 전면 보장하는 것이다. 지역 문화재단 역시 관료적 심사의 대행 기관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이 시스템을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현장의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예술가가 스스로 이력을 등록하게 하고, 추후 창작준비금이든 기회소득이든 복지 지원이 필요할 때 해당 기관에 등록해 온 이력을 제출하여 확인하게 하면 그만이다. 만약 허위 등록이 발생할 경우 사후에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지원금을 회수하는 ‘선(先)신뢰-후(後)검증’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나아가 이는 예술계 내부의 자율적 통제와 책임 의식을 높이는 현장의 ‘동료 검증(Peer Review)’ 시스템으로 상호 보완해 나갈 수 있다.
예술이냐 아니냐, 예술활동이냐 아니냐를 국가와 관료, 심사위원이 평가하던 낡은 패러다임을 깨야 한다. 이제 ‘예술이력등록제’로 <예술인 복지 VER.2>로 과감하게 전환하자. 예술의 자율성과 창의성, 다양성을 온전히 존중하며 복지 사각지대 없는 촘촘하고 민주적인 예술인 생태계의 새 길로 나아가자.

2026. 07. 14.

한국민예총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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