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위-논평]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산업의 확장을 넘어 예술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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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예총 정책위 - 논평]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산업의 확장을 넘어 예술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담아야 한다
문화예술정책의 종합적 체계를 마련한 진일보한 개정
국회에 「문화예술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 조계원 의원 외 13인)이 발의됐다. 1972년 제정되고 1995년 전부개정된 이후 부분적인 개정을 거듭해 온 문화예술진흥법의 체계를 전면적으로 정비한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의미가 있다.
개정안은 현행법에 없던 5년 단위 문화예술진흥 기본계획을 도입하고 매년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개정안 제5조제1항·제5항). 문화예술의 창작·유통 환경과 문화시설 운영 현황, 예술산업 현황 등에 관한 실태조사도 매년 실시하도록 했다(개정안 제6조제1항). 문화예술 창작활동과 창작공간(개정안 제7조), 청년예술인(개정안 제10조), 국제교류와 해외진출(개정안 제11조), 학술활동(개정안 제12조)에 대한 지원 근거도 새롭게 마련했다.
문화예술행사 참여 예술인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공제 가입(개정안 제16조), 예술산업 분야의 불공정계약 금지와 표준계약서 사용 장려(개정안 제31조제4항부터 제6항까지), 건축물 미술작품의 공모대상 확대와 공모대행기관 제도 도입(개정안 제19조·제21조) 등도 현행법보다 진일보한 내용이다. 문화예술진흥을 개별 사업이나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용도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해야 할 종합적인 정책영역으로 확장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예술산업 진흥에 비해 부족한 문화예술생태계의 관점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문화예술정책의 근본적인 전환까지 담아냈는지는 비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정안은 ‘예술산업’을 새롭게 정의하고(개정안 제2조제1항제2호), 공정한 거래와 유통질서 조성(개정안 제31조), 창업지원(개정안 제33조), 금융지원(개정안 제34조),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개발 지원(개정안 제35조), 기존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권리·의무·재산과 인력 등을 승계하는 한국예술산업진흥원의 신설(개정안 제57조, 부칙 제4조)까지 하나의 체계로 구성했다. 예술 분야의 유통과 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기초예술 분야도 안정적인 제작·유통 환경과 다양한 활동 기반을 갖춰야 한다.
문제는 예술산업에 대해서는 정의부터 전담기관과 금융·기술지원까지 구체적인 체계를 마련하면서, 그 토대가 되는 문화예술생태계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책적 관점과 지원체계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문화예술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기초예술, 지역예술, 전통예술, 독립예술과 실험적인 창작활동, 그리고 민주주의·평화·인권·노동·생태 등 사회적 의제와 결합해 사회 변화에 참여하는 예술활동(이하 사회적예술)은 당장의 시장성과 수익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문화예술의 토대다. 창작과 비평, 기록과 보존, 공공적 유통, 시민과의 만남이 서로 연결될 때 지속가능한 문화예술생태계가 형성된다.
개정안은 문화예술 창작활동 지원과 창작 관련 조사·연구·비평, 창작환경 조성을 새롭게 규정하고(개정안 제7조제1항·제2항), 지역 간 창작격차 해소와 지역 연계·협력사업의 근거도 마련했다(개정안 제7조제5항·제6항). 그러나 창작된 작품이 공공문화시설과 지역의 다양한 공간을 통해 시민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공공적 유통과 향유의 연결구조는 충분히 담지 못했다. 창작은 문화예술진흥정책으로, 유통은 예술산업정책으로 나누는 방식으로는 시장성이 낮은 비영리·실험적 문화예술활동이 정책의 주변으로 밀릴 수 있다.
기금과 기술·기관 개편의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용도에 예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금 융자를 추가한 부분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개정안 제38조제9호). 산업적 기반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은 필요하지만, 한정된 문화예술진흥기금이 산업 융자에 활용되면서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화예술의 창작과 보급, 민족전통문화의 보존·계승·발전, 지역문화진흥기금으로의 출연,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문화예술 창작과 보급을 위한 사업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현행법 제18조제1호·제2호·제6호·제8호, 개정안 제38조제1호·제2호·제7호·제11호). 예술산업 금융지원에는 별도의 재원 확충과 구분된 운용원칙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은 예술산업 관련 인공지능 기술의 조사, 연구·개발, 시험·평가, 활용, 확산과 사업화, 산학협력 등에 대한 지원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개정안 제35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 그러나 기술이 인간의 창작활동과 예술적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 창작자의 기여와 권리를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에 관한 원칙은 충분하지 않다. 문화예술진흥법의 기술지원은 기술 자체의 성장보다 문화예술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한국예술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개정안 제40조, 부칙 제3조), 한국예술산업진흥원을 신설하는 기관 개편 역시 역할과 기금 집행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개정안 제57조). 특히 개정안은 한국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운용·관리하도록 하면서(개정안 제36조제2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한국예술산업진흥원으로 하여금 이 기금에서 예술산업 사업자에게 자금을 융자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개정안 제34조). 또한 해당 융자금은 다른 사업목적의 자금과 구분하여 회계처리하도록 했다(개정안 제39조).
이는 기금의 운용·관리 주체와 개별 융자사업의 집행 주체가 분리되는 구조이므로, 두 기관의 권한과 책임, 사업의 심의·집행·관리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예술위원회는 비영리·실험적·공공적·사회적 문화예술의 창작과 보급을 지원하고, 한국예술산업진흥원은 사업화와 시장 유통, 창업과 금융을 담당하는 등 두 기관의 기능을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동시에 창작과 유통이 기관별로 단절되지 않도록 협력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예술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개정안을 보완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전부개정안이 마련되고 추진되는 과정에서 예술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한 의견수렴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화예술진흥법은 행정기관이나 관련 기관의 조직과 사업만을 정하는 법률이 아니다. 예술가와 예술단체의 창작환경, 문화예술지원의 방향,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배분, 공공기관의 역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률이다. 전면적인 법체계 개편이라면 발의 이전부터 장르별·지역별 예술인과 예술단체, 문화예술기관과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공개했어야 한다.
법률안이 발의된 이후의 국회 심의 과정은 이러한 부족함을 보완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형식적인 공청회에 그치지 않고 기초예술, 전통예술, 지역예술, 독립예술, 청년예술, 장애예술, 사회적예술 등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개정안에 반영해야 한다.
앞으로의 논의에서는 첫째, 문화예술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을 법률의 기본원칙으로 보다 분명하게 담아야 한다. 둘째, 창작지원이 공공적 유통과 향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창작·유통·향유의 연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기초·지역·전통·독립·비영리·사회적 예술활동에 대한 지원 근거를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넷째, 예술산업 금융과 기술개발이 기존 창작지원 재원을 잠식하거나 예술의 시장화를 심화하지 않도록 재정과 정책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다섯째, 한국예술위원회와 한국예술산업진흥원의 역할과 협력관계를 분명하게 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보완은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예술인 복지법」,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과의 역할과 관계를 함께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
이번 전부개정안은 오래된 문화예술진흥법의 체계를 정비하고 새로운 정책환경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다. 그러나 법률 개정의 목표는 예술산업의 외연을 넓히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국회와 정부는 앞으로의 개정 과정에서 예술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고, 이번 개정안이 산업의 확장을 넘어 지속가능한 문화예술생태계를 만드는 법률이 될 수 있도록 보완하기 바란다.
2026년 8월 3일
한국민예총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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