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애국가(愛國歌)인가, 매국가(賣國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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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부터 시작한 <한국민예총 정책위원회 주간논평>이 2026년 8월부터 정책위원 개인 명의의 칼럼으로 전환됩니다.
해당 칼럼은 정책위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민예총 정책위원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울러 한국민예총 정책위원회는 향후 주요 문화예술계 이슈 및 현안 발생 시, 위원회 내부 토의를 거쳐 공식 논평이나 성명을 지속적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2026년 7월 31일
한국민예총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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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愛國歌)인가, 매국가(賣國歌)인가
-애국가 교체, 더 이상 금기일 수 없다
조선人으로 태어나
일본국적을 가지고
미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스페인人으로 생을 마감한 안익태.
국가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한 나라의 역사와 가치, 국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상징하는 노래다. 그렇기에 국가를 만든 사람의 삶과 역사 또한 국가의 상징성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를 둘러싼 친일·친나치 행적이 잇따라 드러났지만, 애국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기묘할 정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역사 정의를 강조하면서도, 민족을 배신하고 파시즘에 부역한 작곡가의 곡을 국가로 부르는 이 모순에 우리는 왜 눈을 감는 것일까?
학교에서, 행사장에서, 국가대표 경기에서 수십 년간 불러왔다는 '익숙함'과 '관성'이 이 모든 논란을 덮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가 교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이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는 것보다 익숙한 현실을 유지하는 편이 더 편해서일까? 대중의 무관심과 달라지지 않는 시선 속에서, 오늘도 매국가賣國歌는 아무런 문제 없이 울려 퍼지고 있다.
끝나지 않은 친일의 그림자
하지만 이러한 침묵을 단순히 익숙함과 관성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 배경에는 대한민국 현대사가 끝내 해결하지 못한 역사적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친일 청산의 실패다.
1948년 친일파를 처벌하기 위해 출범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이승만 정권의 방해 속에 사실상 해체되었다. 친일 세력은 제대로 단죄되지 않았고, 해방 이후에도 정치와 경제,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이어갔다.
친일 청산의 실패는 단순히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적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 결과, 친일의 흔적을 가진 세력은 부와 사회적 영향력을 이어가는 반면,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후손들은 생계조차 걱정해야 하는 부조리한 현실에 놓여 있다. 이는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깊은 상처이자, 아직 해결하지 못한 역사적 과제다. 애국가 논란 역시 이러한 역사의 연장선에 있다. 만약 해방 직후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안익태를 둘러싼 역사적 논란 역시 지금처럼 뒤늦게 제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애국가 문제는 한 작곡가 개인의 행적을 넘어, 우리가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어떤 가치를 국가의 상징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익숙함'이라는 거대한 관성
하지만 애국가를 둘러싼 논의는 친일 논란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애국가는 안익태라는 한 작곡가의 작품을 넘어, 지난 세월 국민의 기억과 감정 속에서 독립과 희망, 대한민국의 역사를 함께 담아온 노래이기 때문이다.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 애국가의 작사자가 누구인지 묻는 동지에게 김구 선생은 "우리가 3·1운동을 태극기와 애국가로 싸웠는데, 누가 지었는지가 왜 문제인가?"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애국가가 오랜 시간 국민에게 단순한 노래를 넘어 독립과 나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상징으로 자리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애국가는 창작자의 행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역사적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독립운동의 현장에서부터 대한민국 수립 이후까지 국민과 함께해 온 기억이 쌓여 있기 때문에, 애국가 교체 논의가 단순한 친일 논란만으로 결정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2019년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국민의 58.8%가 애국가 교체에 반대했고, 찬성은 24.4%에 그쳤다. 특히 60대 이상과 보수층에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애국가는 오랜 세월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노래이기에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정서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결국 애국가 교체 논의는 역사적 청산의 당위성보다 사회적 파장과 국민적 충격, 그리고 국가의 정통성과 국민 통합을 우선시하는 여론 속에서 사실상 멈춰 섰다.
국가國歌는 바꿀 수 없는 성역인가?
국민적 논란 속에서도 애국가 교체 문제는 공적인 논의의 장에 올라왔다. 단순한 감정적 찬반을 넘어,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국가의 상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해식 의원은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의혹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한 뒤 국가를 계속 사용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관련 내용이 확인된다면 그런 문제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오랜 기간 국민의 국가로 불려온 만큼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함께 논의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국가 교체는 결코 금기어가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논의할 수 있는 국가적 과제임을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한 번 정하면 영원히 바꿀 수 없는 것일까? 국가라는 상징은 시대가 변해도 반드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시대의 변화와 역사적 전환점에 따라 국가를 새롭게 정비해 왔다. 강효백 전 경희대 교수가 2019년 세계 193개국의 국가변화 상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56%에 달하는 108개국이 시대 변화에 맞추어 국가를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태국, 이란, 스페인, 오스트리아, 이란, 루마니아, 아프가니스탄이 다섯 차례, 프랑스는 일곱 차례나 국가를 바꾸었다고 한다.
국가는 시대정신을 담는 상징인 만큼, 정치체제와 사회적 가치가 변하면 새로운 국가를 선택하는 일도 결코 낯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만이 예외일 이유는 없다.
애국가 교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논의
애국가를 바꾸자는 것은 지난 역사를 부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외면해 온 역사를 제대로 마주하고, 대한민국이 오늘 지향해야 할 가치와 시대정신을 국가에 담아내자는 것이다.
애국가는 오랜 시간 국민과 슬픔과 기쁨을 나눠온 노래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국가라는 상징 역시 시대의 변화와 역사적 성찰 속에서 새롭게 논의되는 것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찬성과 반대의 극단적 대립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충분히 검토하고, 깊이 있는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에 맞는 이정표를 찾는 것이다. 더 이상 애국가 문제를 논의해서는 안 되는 성역이나 금기로 남겨둘 이유는 없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익숙한 선율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시대정신이다. 광주민중항쟁과 광장민주주의를 통해 확인된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연대의 정신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핵심 가치다. 이러한 시대정신을 국가에 담아낼 수 있도록 애국가를 새롭게 논의하는 것은 과거를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역사적 성찰의 과정이다.
참고자료
-20190814 아시아 경제 안익태와 애국가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https://www.youtube.com/watch?v=bOAj8XpIpgY
-20191128 [강효백의 新경세유표 17] 세계 108개국이 국가(國歌)를 교체했다
https://www.ajunews.com/view/20191127194517169?utm_source=chatgpt.com
-20200915 동아일보 정세균 총리 “안익태 친일 확인되면 애국가 변경 고민해봐야”
https://www.donga.com/news/amp/all/20200915/102933303/9
-20200914 머니투데이 안익태 '친일·친나치 논란', 애국가 바꿔? 총리 "확인되면…“
https://www.mt.co.kr/politics/2020/09/14/2020091419077651060#:~:text
-20190121 뉴스1 '친일의혹 안익태' 애국가 교체 반대 58.8% vs 찬성 24.4%
https://www.news1.kr/politics/assembly/3529109
-행정안정부 국가기록원 울릴 때마다 가슴 벅찬 감동
https://theme.archives.go.kr/next/koreaOfRecord/natlAnthem.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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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호 |
광주민예총 사무처장 한국민예총 정책위원 광주향제줄풍류보존회 회원 아리아리국악단 단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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