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예총 성명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민국 군함을 파견하지 마라! (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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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예총 성명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민국 군함을 파견하지 마라!
정부는 말한다.
“아직 결정된 바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검토는 점점 구체적이다.
전투인가, 비전투인가.
초계기인가, 군수지원함인가.
수색인가, 호송인가.
이쯤 되면 국민이 묻지 않을 수 없다.
“결정된 게 없다면서 왜 벌써 군함의 메뉴판부터 펼쳐 보이는가?”
작전지도의 화살표 끝에는 사람이 있다.
집이 있고, 시장이 있고, 직장이 있고, 공원이 있다.
아이들의 책가방과 노인의 저녁밥이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은 이미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다. 미나브 지역의 초등학교에서부터 쿠헤스타크 지역 결혼식장에 이르기까지 포격이 있었다. 그러므로 전쟁은 군인들만의 비극이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전투 파병은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초계기라면 문제 없지 않을까?”
“군수지원이라면 별일 없지 않을까?”
하지만, 예술가의 눈에는 그것이 다르게 보인다. 전쟁에 붓을 빌려주는 것도 전쟁이고, 전쟁에 연료를 대주는 것도 전쟁이며, 전쟁의 총알을 나르는 배를 운용하는 것도 결국 전쟁이다. 군함에 ‘평화’라는 이름표를 붙인다고 해서 군함이 평화의 상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한 번 경험했다. 이라크 파병 당시에도 많은 국민들이 반대했다. 한국은 미국의 압력과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파병을 선택했다. 훗날 이라크 침공의 핵심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 보유 주장이 사실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예술가는 기억을 망각하지 않게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역사를 기억한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강대국이 전쟁을 시작하면 그 뒤에서 군화를 닦아주어야 하는가?
언제까지 “동맹이니까”, “국익을 위해서니까”, “국제사회의 일원이니까”라는 말 뒤에 우리 청년들의 생명과 국민의 안전을 숨겨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강대국의 전쟁에 편승해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하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식민지배를 겪었고, 강대국들의 충돌 속에서 분단되었으며, 전쟁의 폐허를 온몸으로 겪었다. 무엇보다 아직도 종전도 되지 못한, 휴전 중인 나라다. 이런 대한민국이 선택해야 할 것은 전쟁의 수입이 아니라 평화의 수출이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군함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대화와 외교, 인도적 지원과 평화적 중재다. 우리가 그리고 싶은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이고, 대한민국이 부르고 싶은 것은 승전가가 아니라 평화의 하모니다.
우리는 정부에 요구한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군사적 파병도 중단하라.
둘째, ‘비전투 목적’, ‘수색·구조’, ‘해상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군사적 개입을 포장하지 마라.
셋째, 미국을 비롯한 어느 강대국의 압력에도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주권을 우선하라.
넷째, 군사적 해법이 아니라 외교와 평화를 통한 긴장 완화에 나서라.
다섯째, 파병을 추진한다면 국회의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동의를 거쳐야 한다.
예술가는 총을 들지 않는다. 침묵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붓으로 말하고, 노래로 말하고, 조각으로 말하고, 거리의 그림과 공연으로 말한다.
전쟁에 반대하는 것은 예술가의 가장 오래된 붓질이며, 평화를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노래다.
우리는 미국이 벌이는 전쟁의 들러리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동맹국이 아니라 평화의 동맹국이 되어야 한다.
호르무즈에 군함 대신 평화를 보내라.
무엇보다 우리 청년들을 절대 전쟁터로 보내지 마라.
한국민예총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군사적 파병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2026년 9월 7일
한국민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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