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위원 칼럼]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과 전재수 부산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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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과 전재수 부산시정
'문화기본도시' 선언 넘어 실행력 보여줘야
지난 10월 20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동남권역 설명회가 부산에서 열렸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는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을 통해 국가 주도의 문화정책에서 지역 주도의 문화생태계 구축으로 정책의 중심축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주민의 문화기본권 보장, 사람 중심의 전문인력 육성, 협력적 거버넌스 강화, 데이터 기반 정책 고도화 등은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은 방향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같은 기조에 발맞춘듯 민선 9기 전재수 부산시장도 이미 지난 9월 30일 타운홀 미팅에서 '문화기본도시 부산'을 시정의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문화예술 지원사업 100억 원 확대, 1,000억 원 규모의 문화예술펀드 조성, 지역 창작자 매칭 플랫폼인 '플랫폼051' 구축,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사업 중단과 북항 국비 복합문화전시공간 추진 등 굵직한 문화정책 구상을 공개했다.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과 민선 9기 부산시 문화정책은 방향성 측면에서 상당한 접점을 갖고 있다. 문화예술 지원 확대, 문화예술펀드 조성, 플랫폼051 구축 등의 정책은 지역 문화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구·군별 문화기본권 보장 계획, 생활권 단위 문화격차 해소 방안, 예산 배분 구조 등 시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세부 실행 로드맵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일부 현장 예술인들은 정책의 성패가 대규모 사업이나 시설 조성보다 생활권 중심의 문화복지 확대와 예술인 지원체계의 구체화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비전의 제시가 아니라 실행의 구체성이다. '문화기본도시'라는 선언이 정책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실행계획과 제도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1. 방향성은 있지만 실행계획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전재수 시정이 제시한 문화예술 지원 확대와 문화예술펀드 조성은 분명 의미 있는 정책 제안이다. 그러나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이 강조하는 지역문화생태계 조성, 생활권별 문화격차 해소, 문화기본권 보장 등과 연결되는 구체적 실행계획은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1,000억 원 규모의 문화예술펀드와 플랫폼051은 상징성과 기대효과가 큰 사업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과 정책 수단이 부산 16개 구·군의 문화 소외지역과 현장 예술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배분되고 활용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집행체계는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사업 중단 이후 대안으로 제시된 북항 국비 복합문화전시공간 역시 현재는 중앙정부와의 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역 예술계가 체감할 수 있는 중장기 투자계획과 재정 로드맵은 앞으로 보다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2. 여전히 과제로 남은 문화자치 거버넌스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중앙정부와 광역·기초지자체, 주민과 예술인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형 문화자치 거버넌스 구축이다.
전재수 시장이 타운홀 미팅을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나선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문화자치는 일회성 공청회나 의견 수렴만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현재 부산 문화행정에 대해서는 기초문화재단과의 권한 및 예산 배분, 생활권 단위 문화 수요조사, 주민 제안의 정책 반영 체계 등 보다 상시적이고 제도화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정책이 행정 주도로 설계되고 시민은 의견만 제시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진정한 의미의 문화자치는 실현되기 어렵다. 정책 수립 단계부터 실행과 평가까지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3.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의 시간
정책은 공약의 규모나 예산의 액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부산시가 진정으로 '문화가 일상이 되는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면 다음 세 가지 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가 기본계획과 연계한 구·군 단위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1,000억 원 문화예술펀드와 100억 원 지원사업이 단기 사업으로 분산되지 않도록 문화기본권 보장 계획과 연계한 생활권 중심의 문화혜택 배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실효성 있는 거버넌스를 제도화해야 한다.
문화협력위원회를 시와 기초문화재단, 현장 예술인이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 의사결정 기구로 발전시키고,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수렴된 의견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대규모 문화 인프라 조성이나 플랫폼 구축을 넘어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국가 계획의 취지처럼 예술인의 정당한 보수 기준 마련, 예술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문화예술 연구·기획·행정 전문인력의 역량 강화 등 문화생태계의 기반을 이루는 사람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판은 이미 깔렸다. 구호도 정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이다. 전재수 시정이 '문화기본도시 부산'이라는 약속을 구체적인 정책과 행정으로 구현해낸다면 부산 문화정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실행계획과 제도적 뒷받침 없이 선언에 머문다면,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이 제공한 이번 5년의 기회 역시 부산 문화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부산이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비전이 아니라, 시민과 예술인이 체감할 수 있는 실행의 성과다.
| 황종모 |
부산민예총 사무처장 한국민예총 정책위원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운영위원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자문위원 |
2026년 7월부터 시작한 <한국민예총 정책위원회 주간논평>이 2026년 8월부터 정책위원 개인 명의의 칼럼으로 전환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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